KVO 통역자원봉사단 13기
(2009. 03 – 현재 활동 중)
안준희
2012년 작성
'한국을 찾는 발걸음이 끊임없이 오가는 세계인의 길목'이라 표현하기에 지나침이 없는 인사동의 관문을 13년 동안 지켜온 안내소. 전통문화 1번지라 부르면서도 소개와 홍보엔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시절, 건물도 지도도 없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오늘의 통역자원봉사단이 명맥을 잇고 있다는 남다른 역사를 지닌 인사동 안내소의 일원으로 활동한지 어느덧 2년 반이 되었다. 길게 느껴지지 않는 지난 시간 동안 도시 풍경은 빠르게 변모했고, 안내소 주변지역인 인사동과 삼청동, 가회동은 서울 여행객이 빠짐없이 들르는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안내소에서 세상의 변화를 보고 느끼는 사이 스스로는 어떤 변화로 어딜 향하고 있는지 돌이켜보고 싶은 시기에 때마침 이 면을 빌어 정리해볼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한 기회로 여기고 기억의 시계를 되돌려 본다.
대학 입학 이후 주된 학습 분야가 된 일본어는 습득에 주의를 기울일수록 의사소통의 중요함을 깊이 깨닫게 해주었고, 세계를 인식하는 관점에 또 다른 색을 입혀 주었다. 통역자원봉사를 결심했을 그 때에는 그저 소중히 키워온 소통의 도구를 시험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정중하고 친절한 설명, 고맙습니다" 안내 후 돌아오는 일본인 관광객의 한마디가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보람이었으니. 그랬던 스스로는 차츰 눈을 들어 다른 면의 가치를 발견하고 오늘도 인사동을 만나고 있다.
낯가림 때문에 안내에만 집중하던 소극적 자신은 팀을 이루는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먼저 인사를 건네고 다가갈 수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왔다. 무엇보다 자선행사와 송년회를 통해 여실히 느낀 대가 없는 활동에 열정을 보이는 이들의 근사한 미소는 수단이 아닌 참여하는 순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봉사활동을 다짐하게 했다.
“안내소를 다녀가면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던 10년 가까이 활동해온 선배 봉사자의 밝은 웃음이, 종로경찰서의 요청으로 도움을 주게 된 젊은 일본인 사업가가 “지갑을 가져간 사람 대신 당신의 진심 어린 표정을 한국의 인상으로 기억하겠다”며 지친 기색에도 힘있게 청하던 악수가, 채점표를 덮고 “심사를 하러 와서 배우고 돌아갑니다” 인사하던 한국관광의 별 현장방문 심사위원의 한마디가 뇌리에 반짝인다.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안내소는 비좁고 낡았지만, 그 안에서 활동하는 인사동을 찾는 모두를 위한 따뜻한 공동체를 보다 많은 이들이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젊은 날 각별한 의미를 일깨워 준 곳_ 인사를 합니다. “인사동 안내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