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로 얻은 가치 있는 삶
KVO통역자원봉사단 22기 (2018.09 - 현재 활동 중)
정한범
2019년 작성
2018년 8월 어느 여름 날, 40도에 육박하는 더위 속에서 여느 때와 같이 스마트폰을 붙잡고 따분한 시간만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습관처럼 들어간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방학의 무료함만을 푸념하는 글이 무성했지만 그 속에서 하나의 글이 제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함께 통역 봉사를 하시지 않으시겠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확히 어떤 멘트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통역 봉사’라는 글귀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간 게으르게 지냈던 터라 열심히 살아 보리라 마음먹었던 참이었고, 그렇게 저는 안내소에 문을 두드려 그 다음 달인 9월부터 정식으로 안내소의 새내기 봉사자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통역 봉사, 여러분께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부끄럽지만 과거의 저는 그저 외국어를 사용하면서 오가는 다양한 관광객들을 만나는, 어찌 보면 육체적 노력이 필요한 다른 봉사활동보다는 좀 더 마음이 기울었던 그런 봉사활동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한지 어느덧 1년이 넘은 지금, 중요한 것은 그 너머에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봉사활동은 조건이 아니라 스스로가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느낀 까닭이었습니다.
외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분명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친절함 역시 요구되는 일이기에 그 소모량은 배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봉사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훨씬 크기에 매주 저를 안내소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줍니다. 멕시코 관광객으로부터 받은 작은 기념품, 일본 관광객이 주고 간 과자 한 봉지, 혹은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담소 한 편 한 편이 모여 통역 봉사를 더 이상 봉사활동이 아닌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탈바꿈시켜 줍니다.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길을 물으러 들르는 곳으로, 누군가에게는 말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 등대와 같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지겠죠. 상대가 누가 되었든 간에 선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 모여 창구를 두드린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 족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느새 “이 언어를 참 잘 하네요.”라는 어학 실력에 대한 칭찬보다도 “덕분에 감사했습니다.”라는 감사의 인사를 듣는 게 더욱 보람차고 자랑스럽다고 느낍니다. 마찬가지로 상대에게도 앞으로 즐거운 여정만 가득하길 기원해 줄 수 있는 따뜻함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